업무사례
현역 장교의 다수 성범죄 혐의, 영장 심사에서 불구속을 지킨 사례
피해자 10명, 약 10개월간의 반복 범행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건입니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사유마다 반박 자료를 붙여 제출하였고, 심사 당일 영장이 기각되었습니다.
Ⅰ. 사건의 개요
사건의 당사자는 공군에서 중위로 복무하던 현역 장교입니다. 수사기관은 그가 클럽에서 알게 된 여성들이 만취하자 자신의 차에 태웠고, 잠이 든 뒤에 몸을 만지거나 몰래 촬영하였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일이 약 10개월 동안 되풀이되었다는 것이 혐의의 요지입니다.
피해를 입었다고 특정된 사람은 모두 10명입니다. 준강제추행을 비롯하여 카메라등이용촬영, 준강간, 점유이탈물횡령까지 여러 죄명이 함께 적용되었습니다. 경찰은 범행의 규모와 기간을 무겁게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하였습니다.
Ⅱ. 사건 쟁점
이 단계에서 법원이 따지는 것은 죄가 있는지가 아니라, 신병을 붙잡아 둘 필요가 있는지입니다. 영장이 청구되면 판사는 피의자를 법정에 불러 직접 묻고 들은 뒤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절차를 구속영장실질심사라고 부릅니다.
구속 요건은 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정해진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거나, 달아나거나 달아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셋 가운데 어느 하나만 충족해도 구속될 수 있습니다. 성범죄라면 다시 범행할 가능성과 피해자에게 해를 끼칠 우려도 판단에 반영됩니다.
적용 죄명의 법정형 역시 무거웠습니다. 준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준강제추행은 10년 이하의 징역, 카메라등이용촬영은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피해자 수가 많고 기간도 길어 영장이 발부될 여지가 컸던 만큼, 세 가지 요건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면과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Ⅲ. 강창효 변호사의 조력
영장 청구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강창효 변호사는 다른 업무를 모두 뒤로 미루었습니다. 이틀 동안 26쪽의 의견서를 쓰고 참고자료 23건을 모아 법원에 냈습니다. 의뢰인은 일부 혐의를 다투었지만 나머지는 시인하며 뉘우치고 있었으므로, 의견서는 유무죄보다 구금이 필요 없다는 점을 요건별로 짚는 데 무게를 두었습니다.
1) 확정된 거주지
의뢰인은 부대 내 독신 장교 숙소에서 지내며 복무 중이었습니다. 군인은 소속 부대의 규율 아래 정해진 곳에서 생활하므로, 주거가 일정하지 않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2) 없앨 증거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
사건의 중심이 되는 촬영물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미 수사기관의 손에 넘어가 있었고, 의뢰인 스스로도 촬영 행위를 시인하였습니다. 인멸할 대상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의뢰인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를 회복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었습니다.
3) 달아날 이유가 없는 사정
현역 군인이 허가 없이 부대를 벗어나면 그 자체로 군무이탈죄가 됩니다. 전역을 눈앞에 둔 의뢰인에게 도주는 경제적 손실까지 떠안는 선택이어서 얻을 것이 없었습니다. 수사 개시 이후 세 번의 출석 요구에 모두 응한 기록도 이를 뒷받침하였습니다.
4) 재범 가능성을 낮추려는 노력
의뢰인은 재범방지 교육, 성범죄 예방 심리교육,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자발적으로 마쳤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도 다섯 차례 받았으며, 이러한 교정 노력은 이수증과 진료 기록으로 제출되었습니다.
5) 가족과 동료의 탄원
어머니와 부대 상관, 선후배 장교와 동료까지 9명이 탄원서를 써 주었습니다. 구금하지 않아도 재범을 막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로 활용하였습니다.
Ⅳ. 결과
법원은 심문기일 당일 심사를 진행하였고, 같은 날 밤 영장을 기각하였습니다. 유치장에서 나온 의뢰인은 구금되지 않은 상태로 이후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회복 조치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장 청구부터 심문까지 주어지는 시간은 보통 이틀 남짓에 불과합니다. 그 짧은 기간에 자료 수집과 의견서 작성을 모두 끝내야 하므로, 구속 가능성이 있는 성범죄 사건이라면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유사 사건 경험이 있는 변호인과 함께 준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